애프터썬
2026-07-11 20:43:48
박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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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부모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부모의 마음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으며 직간접적으로 부모님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다 보니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부모의 마음을 알기란 참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부모는 자연스레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모든 속내를 내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습니다.

 

영화 애프터 썬11살의 소피와 31살의 아버지가 튀르키예로 여행을 갔던 동영상이 담긴 캠코더를 31살의 소피가 확인하는 영화입니다. 소피가 캠코더를 꺼내본 날은 아버지의 나이(31)에 이른 소피의 생일날입니다. 소피는 생일 아침 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되는데, 아버지가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몸부림을 치는 것 같기도 한 꿈을 꾸게 됩니다. 아버지가 나온 꿈을 꾸게 되고, 자신이 아버지의 나이가 된 소피는 20년 전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 캠코더를 꺼냅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소피아 확인하는 캠코더 속 튀르키예 여행 장면을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설정은 소피의 20년 후 시점으로 캠코더를 확인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소피의 기억과 캠코더 속 동영상이 합쳐지면서 소피의 시점으로 20년 전 여행을 반추해 본다는 것입니다. , 20년 전의 영상과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소피가 느꼈던 감정, 경험이 합쳐진 것이 우리가 보는 영화 속 장면이며, 우리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소피의 시점이라는 것이죠.

 

당시 소피가 몰랐던 것은 아버지가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함께 휴양지로 여행을 온 소녀가 아버지의 감정 상태를 온전히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 11살의 소피에게는 아빠와 함께하는 여행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버지는 이러한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태극권이나 명상을 공부합니다. 소피의 시선에서 아버지의 태극권과 명상은 어땠을까요? 영화는 이처럼 아버지가 하는 행동들의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동시에 전혀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소피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극심한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해 태극권과 명상을 하지만,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심을 한 채 여행에 온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딸에게 호신술을 알려주는 등 자신이 없는 세상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때에도 소피는 아빠가 자신에게 이상한 것을 알려 준다는 생각만 할 뿐이죠.

 

소피는 여행을 통하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속에서 풋풋한 사랑도 경험합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행동과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11살의 나이란 타인(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보다는 내가 중요하며, 아빠의 상태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만큼(어쩌면 그보다 더) 여행이라는 컨텐츠가 중요한 나이기 때문입니다.

 

여행이 마무리되고 소피는 공항에서 아버지와 이별합니다. 그 상황에서도 소피는 자신을 캠코더로 찍는 아버지에게 장난을 치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비행기를 타러 갑니다. 마지막까지 소피는 아버지의 상태와 우울감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죠.

 

영화 애프터 썬이 가슴 아픈 가장 큰 이유는 그때는 미처 몰랐던 사실을 딸이 상상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여행지 속 새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왜 이렇게 늦게 깨닫게 되는 걸까요? 특히 부모님의 마음을 말이죠. 누군가의 아들, 딸이었던 우리는 지금도 부모님의 모습과 과거 속 행동의 연유를 이제야 깨닫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수 싸이가 불렀던 아버지의 가사 한 소설처럼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젠 나와 같이 가요

 

박진범 전도사(교육부, 틈새포플러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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