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래전부터 어린아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아이는 아직 세상을 잘 모르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일수록 어른들이 아이보다 먼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것이 아이를 배려하고 보호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아이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일처럼 보이는 것도 있으니까요.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는 일도 그렇습니다. 함께 살아가던 부부가 각자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두 사람에게도 절대 가볍지 않은 변화일 것입니다. 그 과정에는 각자의 사정과 시간이 있을 테니까요. 다만 어른들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아이 역시 자신의 방식으로 그 변화를 경험합니다. 아이에게 가족은 자신이 선택해 만들어 낸 관계가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삶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렌은 어느 날 부모가 별거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마주합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고, 어머니는 렌에게 새로운 생활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합니다. 렌에게 부모의 이혼은 단순히 엄마와 아빠가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가족이라는 세계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사건입니다.
렌은 부모의 선택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나는 엄마 아빠가 싸워도 참았어. 근데 왜 엄마 아빠는 못 참는 거야?”라는 렌의 말은 영화를 관통합니다. 어른들에게는 오랜 시간 쌓여온 관계의 문제일지 모르지만, 렌에게 그것은 갑작스럽게 통보된 낯선 현실입니다. 그래서 렌은 이혼을 받아들이는 대신 어떻게든 이전의 가족을 되돌리려고 합니다. 부모의 이혼 서류를 숨기고,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합니다. 결국 렌은 부모를 다시 한자리에 모으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가족이 함께 여행하며 즐거운 추억이 남아 있는 비와호(琵琶湖)로 다시 한번 여행을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렌이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의 관계는 렌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렌이 붙잡으려 했던 것은 부모가 아니라 어쩌면 부모가 함께 있던 시절의 자신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후반부, 렌은 부모에게 “빨리 어른이 되겠다”라고 선언합니다. 어른이 되어야만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의 절박함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렇게 다짐하는 순간, 렌은 이미 조금씩 어른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관계를 자신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붙잡고 있던 아이다움을 스스로 내려놓기로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렌은 바다를 향해 수차례 “오메데토(축하합니다)”라 외칩니다. 물속으로 사라지는 부모의 환상을 바라보며 건네는 작별 인사인 동시에,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자신을 향한 격려이자 지금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자신의 성장을 축하하는 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오메데토”라는 말은 스스로에게 거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스스로 축하하며 상실의 감정을 밀어내는 것, 그것은 렌이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렌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학교로 돌아가 자신이 겪었던 일을 글로 쓰고, 친구들 앞에서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부모의 이혼은 해결되지 않았고, 이전의 가족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렌의 삶은 계속됩니다. 친구를 만나고, 학교에 가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다시 거리로 나갑니다. 이전과 똑같은 일상은 아니지만, 렌은 그 안에서 다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갑니다.
아이는 어른보다 세상을 덜 알고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덜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그 단순한 사실을 설명하기보다, 렌이 뛰고 소리치고 울고 헤매는 시간을 끝까지 따라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렌이 다시 평범한 일상 속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서 성장이란 어쩌면 모든 것을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안고서도 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진범 전도사(틈새포플러스, 교육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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