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과 종려나무
2025-05-01 00:32:04
이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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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교회력으로 4월 13일(일)은 고난주간(4/14~19)이 시작되는 고난주일이자 종려주일입니다.

사순절-고난주간-부활절 등은 많이 알려진 교회절기이지만 '종려주일'은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명칭입니다.

성경의 복음서에는 예수의 부활 한 주 전, 예루살렘으로 나귀를 타고 입성하는 광경이 묘사됩니다.

(마태복음 21장, 마가복음 11장, 누가복음 19장, 요한복음 12장)

구약에 기록된 어린나귀를 타고 오시는 메시아의 모습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옷과 손에 들고있던 나뭇가지를 길에 깔아 영접합니다.

복음서 간의 표현이 미묘하게 다르긴 한데 '종려나무 가지'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곳은 요한복음(12:13)입니다.

 

(새한글성경)

그래서 그들이 대추야자나무(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예수님을 맞이하러 나가서 외쳤다.
“호산나, 찬양받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이! 곧 이스라엘의 임금님이!”

 

(셩경 개역/1938년판)

 

 

그런데 '종려나무'라는 명칭을 '국가표준식물목록' 등 국내 도감류에서 찾아보면

중국 원산의 야자나무과 식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즉, 성경(복음서)에 기록된 시기와 지역을 감안했을때 '종려나무'가 아닌

대추야자(date palm, 종려과 대추야자속)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대추야자나무와 말린 열매)

 

요즘은 먹거리가 풍성해져서 말린 열매를 봐도 간식처럼 느껴지겠지만,

성경 속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집트를 탈출하여 가나안땅에 첫 정착했던 그들에게는 귀한 먹거리가 되었을 테고,

천여년이 지나 로마군에 저항하던 960여명의 유대인이 최후를 맞이했던 마사다 요새에서도

대추야자의 씨앗이 발견되었다고 하죠. (이하 글 제목의 '종려주일'에 맞춰 나무의 이름도 '종려나무'로 표기 합니다.)

 

 


그런데 메시아로 오신 예수의 시대인 약 이천여년 전 예루살렘 부근에서 종려나무는 흔하게 볼 수 있었을까요?

구약에 나오는 유대민족 3대 명절 중 하나인 '초막절'이 종려나무와 연관이 있습니다.


[초막절] 가을철 추수감사절이자, 광야 생활 40년을 기념하는 절기. 숙가(sukkah)라 불리는 초막(임시 장막)을

집 앞에 지어서 7일간 장막안에 거하며 먹고 즐기는 축제.

 

가나안에 처음 정착한 후 첫 결실을 맺을 때까지 그들은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즉, 초막이라는 임시거처에서 주로 생활했을텐데 그 초막의 주요 재질이 종려나무 잎과 가지 등등이었다고 합니다.

(종려나무 잎으로 엮은 지붕의 모습)

 

즉, 출애굽과 약속의 땅 가나안에 정착할 당시 부터,

종려나무 잎은 유대민족의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려 왔었습니다.

 

한편, 유대민족 뿐 아니라 당시 지중해 일대 지역에서도 종려나무 잎은 낯 설지 않았습니다.

시원스레 뻗어나가는 잎의 모양새 때문인지 몰라도 고대에는 왕이나 개선장군 등의 행차시에

이 잎을 흔들거나 바닥에 깔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종려나무의 잎을 직접 볼 일은 많지 않겠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종려나무 잎'의 이미지는 낯설지 않지요.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깐느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황금종려상의 엠블럼과 트로피)

 

 

종려나무 잎의 이미지가 느껴지시나요?


제목의 '종려주일'을 설명하려다 종려나무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

기독교(개신교, 카톨릭, 성공회 등)의 종려주일은 각자의 방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그 의미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나 '카톨릭'의 경우 종려주일을 '성지(聖枝)주일'이라 부르고, 성지축복식 및 순행 이라는 독특한 예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구 정동에 위치한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는 매년 성지주일 예배(미사)가 시작되기 15분 전에 성지축복식이라고 하여,

잎에 성수(사진 왼쪽의 유리잔에 담긴)를 뿌리고(유리잔 왼쪽의 기구) 성도들에게 하나씩 나눠주면,

그걸 들고 찬송을 부르며 성당 주변을 한바퀴 돌아 예배가 시작되는 본당으로 입장하게 됩니다.

 

(성공회의 성지주일 예전에 사용하는 성지와 성수)

 

그런데 이것이 실제로는 종려(대추야자)의 잎이 아니고 소철이라고 하더군요.

일반인이 신경안쓰고 보면 구분하기 쉽지 않겠습니다. (참고로 카톨릭에서는 편백나무잎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종려주일에 받은 잎은 잘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해 부활주일의 약 40여일 전인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灰)의 수요일에 태워 그 재를 이마에 십자가 모양으로 바르는 의식을 치루기도 합니다. (카톨릭, 성공회, 감리회 등)

얼마전 미국 트럼프 행정부 국무장관의 이마에 이 표시가 남아있는 채로 인터뷰를 해서

비기독교 문화권에 당혹감을 주기도 했지만, 기독교문화권에서는 낯설지 않은 모습인 것 같습니다.

 

(새로 받은 잎과 1년 이상 시간이 지난 잎)

 

 

 

 

마지막으로, 두개의 동전에 새겨진 종려나무 이야기로 이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합니다.

 

 

Judaea Capta 주화 (혹은, 많은 주화에서 IVDAEA CAPTA라고 표현됨)는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서기 70년 1차 유대 반란 당시 그의 아들 티투스가 유대를 점령하고

제2 유대 성전을 파괴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발행한 일련의 기념 주화입니다.

주화에는 여러 가지 변형이 있습니다. 주화의 뒷면에는 야자수 밑에서 애도하는 자세로 오른쪽에 앉은 여성과

왼쪽에 손을 뒤로 묶은 채 수염을 기른 포로 남성 또는 승리의 황제 또는 빅토리아 여신이

무기와 방패, 투구 트로피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왼쪽에 그려져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위키페디아)


이 동전에는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한 유대민족의 상징으로 오른쪽에 걸터앉은 여성과 가운데 서있는 종려나무로 나타납니다.

 

 

 

 

 

 

바르 코크바 반란주화(Bar Kokhba revolt coinage)는 제 3차 유대-로마 전쟁(AD132~135) 때,

AD132년 잠시 예루살렘을 로마로 부터 탈환한 기념으로 발행한 주화라고 합니다.

(데나리온, 사진의 왼쪽은 포도열매, 오른쪽은 "예루살렘의 자유를 위하여"라는 문구로 둘러싸인 종려나무 가지)

 

이 주화 역시, (잠시나마) 독립을 쟁취한 자신들의 정체성을 종려나무 잎으로 상징합니다.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나무는 무엇이 있을까요? 흔히 애국가 2절의 '소나무'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유대민족에게 '종려나무'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나무가 분명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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