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맞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이제는 성탄절이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라는 것쯤은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거의 다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성탄을 표현할때 ‘생일’보다는 탄일(誕日)이라는 다소 고풍스러운 표현이 더 자주 사용되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존대의 의미가 더 느껴져서인 듯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강산이 변하듯 이제는 ‘예수님의 생일’이라는 표현도 낯설지 않습니다.
‘어떠한 이의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것’이 생일이죠.
어릴 때는 주로 가족들과 함께 생일을 기쁘고 즐겁게 보내기도 하였으며,
성장함에 따라 친구나 동료 혹은 이웃의 생일을 축하해주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 유명인의 경우, 사후에라도 그 생일을 기념하기도 합니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라죠?
사람이 아니어도 탄생을 기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로서,
우리는 매년 8월 15일을 ‘광복절’인 동시에 ‘대한민국의 생일’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1776년 영국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며 새로운 국가로 ‘탄생’하게 된 미국은
올해 7월 4일 250번째 생일을 맞게 됩니다.
교회에도 다양한 생일이 존재합니다.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을 그리워하며 ‘마가의 다락방’에서 기도하던 제자들에게
오순절날 성령이 임하셨고 우리는 그때를 ‘초대교회’의 탄생 순간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즉, ‘오순절’은 ‘교회’의 생일이라고 봐도 될까요?
제가 중고등학생 시절 출석했던 교회의 주보는 지금도 종종 생각나곤 합니다.
주보 첫 장 왼쪽 윗 구석에 적혀있던 ‘창립:1901년 *월 *일’.
교회의 창립쯤에 유아세례를 받았던 분이 출석하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진 교회였음에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상당수의 교인은 교회의 생일이나 역사에 관한 이야기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회’와 관련된 생일 중 기억될 만한 것이 있다면,
1883년 5월 16일 황해도 장연군에 국내 최초로 세워진 ‘소래교회’입니다. 나이로 하면 143세가 되나요?
천주교가 그러했듯, 개신교 역시 언더우드. 아펜젤러 선교사가 입국(1885) 하기도 전에
우리 민족은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이고 믿음의 전통을 세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옆 나라 일본은 어떠했을까요?
16세기 포르투갈의 하비에르 선교사에 의해 천주교가 들어오기는 했지만,
19세기 들어 개항되기까지 오랜 기간의 박해 속에서 신앙의 씨앗이 제대로 싹틀 수 없었습니다.
이후 미국과의 ‘미일 수호통상조약(1859)’과 함께 미국의 선교사들이 본격적으로 일본 선교를 시작합니다.
일본 최초의 개신교 교회는 요코하마에 있는 카이간교회(?浜海岸??)로 1868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일본의 몇몇 규모 있는 교회는 소래교회(1883) 보다 먼저 설립되었으며,
교회 건물마저 지금 우리가 봐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당시로선 최첨단의 규모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것 같더군요.
(반면 교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련한 소래교회는 초가지붕의 아담한 한옥이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개항과 더불어 입국한 선교사들을 통해 미국교회가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큰나무교회가 속해진 성결교단과 관련된 최초의 교회는 어디일까요?
우선 한국의 성결교회는 1907년 5월 30일, 일본 도쿄성서학원에서 귀국하여
서울 종로에 복음전도관(현 중앙성결교회)을 설립한 김상준과 정빈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에서의 성결교회는 1905년 11월에 카우만 부부와 나카다 쥬지(中田重治)가 세웠던 ‘동양선교회(OMS, Oriental Missionary Society)’가 시초이며,
이후 중앙복음전도관과 성서학교를 설립하게 되는데, 이 성서학원에서 당시 유학생이었던 김상준와 정빈이 공부하였습니다.

생일 이야기로 시작하였는데 어느덧 교회의 역사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 버렸군요.
제가 학생때 다녔던 교회가 세워지던 1901년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20세기가 막 시작되던 당시는 이 땅에 성결교회 소속의 교회가 채 세워지기도 전이었고,
일제강점기의 서막을 알리는 을사늑약(1905) 역시 체결되기 전이었습니다.
변화무쌍한 세계정세 속에서 나라의 근간을 지키고자 근대적인 국가체제의 대한제국을 선포하였던 고종황제는
서양 종교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어서 서구의 개신교 선교사들 역시 활발하게 선교활동을 펼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선교사들의 적극적인 활동이 기폭제가 되어 1903년부터 시작된 원산-평양 부흥운동과 백만명구령운동 등,
대규모 영적운동이 꽃을 피우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인 일제강점기~해방~한국전쟁~남북분단의 시기를 거치는 동안
한국교회는 그 고통을 함께 겪으면서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전쟁의 상처를 딛고 거의 모든 것이 파괴된 이 땅에 우리 민족은 새로운 나라를 세워나가기 시작했으며,
교회 역시 그 시기의 고통과 땀방울을 함께 흘렸습니다.
눈부신 경제 성장이 뒤따랐고, 많은 교회 역시 이 시기에 세워지거나 먼저 지어졌던 건물들에 대한 증/개축이 계속 되기도 하였습니다.
즉, 건물의 나이가 대략 50세가 넘어가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인간의 나이로 50이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만성질환의 위험이 급증한다고 하는데, 건물 역시 인간의 신체와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회마다 리모델링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고 합니다.
1901년에 세워졌던 교회.
한때 그 역사가 부럽기도 하였지만, 큰나무교회 역시 내후년이면 창립 50주년을 맞게 됩니다.
어린이교회로부터 시작된 큰나무교회의 역사는 그간 많은 분들의 기도와 노력으로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한 방화동 시대와 함께해온 본당 건물 역시 아직은 단아하면서도 경건한 모습으로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흐르는 세월 속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야 할 때가 찾아 오겠지요.
변해야 하는 순간, 놓치고 싶지 않은 것에 붙들리지 않고 과감히 나아갈 수 있는 우리 큰나무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2018년 5월 큰나무교회 창립 40주년 기념 타월)

PS. 글을 쓰다보니, 이전에 이곳 게시판에 올렸던 글들과 연결되는 지점들이 생각나더군요.
관심있는 분들의 찾는 수고를 덜어드리고자 링크를 달아 놓았습니다.
PS. 직전에 올렸던 글들의 무게감 때문인지 한동안 글을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이 곳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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